공짜 점심은 있을까?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무료 사용이 과연 사용료가 지불된 서비스인지, 아니면 대가가 필요 없는 진짜 공짜인지, 또한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자리,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각 분야의 시스템, 공유경제가 보편화되는 미래에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일자리를 예측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 강성호는 자신의 책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습과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네트워크 경제 일원에게 보내는 안내서라 평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란 사람들 간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제공하는 회사로 통상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양면시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쪽과 혜택을 보는 쪽이 다르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쪽은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양면시장은 다른 누군가가 나 대신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대화창 위에 광고를 띄우는 카카오톡, 네이버 검색창 하단의 배너광고 등이 좋은 예이다.
네이버에 작성한 상품평을 나의 노동행위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네이버가 축적한 자본으로 봐야 할까?
데이터를 자본이라고 보는 관점은 데이터를 혁신을 위한 자원의 일부로 여긴다. 데이터는 소비자들의 소비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난 흔적이므로 지금처럼 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상으로 더 많은 데이터 공급이 이루어져 기업의 혁신을 이끌고 혁신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데이터를 노동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데이터를 생산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데이터의 공급자이며 일정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플랫폼 기업은 임금이라는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신이 인터넷쇼핑이나 블로그에 단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더라도 당신은 이미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는 ‘데이터 노동자’다. 당신이 구글과 네이버에 입력했던 검색어들이나, 흥미로운 기사를 클릭했던 흔적들은 또 다른 형태의 데이터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사람들의 검색내역을 모아 대중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트렌드 분석이나 미래예측에 활용한다. 당신이 일조해 만든 빅데이터는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86페이지)
데이터를 노동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데이터 제공은 새로운 일자리의 탄생과 연결되며 상품평 작성, 사진 업로드, 블로그 글 게시 등의 ‘데이터 노동’이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할 수 있다. 데이터 노동의 직업 인정 여부에 따라 데이터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경제적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평가할 시스템과 ‘데이터 노동조합’과 같은 데이터 제공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연대와 법적인 테두리 마련이 필요하게 된다.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머신러닝)이 등장하면서 데이터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기업들은 데이터의 확보를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독점력을 가지려 한다. GPS 데이터, 날씨 데이터, 신호등 데이터, 고객 취향 데이터 등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네트워크가 탄생시킨 진화된 경제 권력으로 ‘디지털 인쇄자본주의’란 민족주의적 성격을 띤 사상의 집단을 형성하고 일종의 ‘디지털 정당’과 같은 동질적인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규합하는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네트워크 경제 속에서 기계화나 자동화로 노동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질 경우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저자는 노동이 종말한 세계에서는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소비하는 인간’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다니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될지 모르며 소비 그 자체가 일이 되고,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한다.
플랫폼 경제에서 공짜 점심이 존재할까?
무료로 네이버 검색을 사용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자유로운 문자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지금에 이를 공짜 점심으로 해석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나의 플랫폼 사용이 누군가에게 돈이 되는 활동이라면, 그리고 기업이 나의 사용을 유인하기 위해 플랫폼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있다면 나는 대가를 지불한 점심을 즐긴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것이 사실 지불된 식사임을 인정한다면 저자의 소개한 이색적인 직업이 우리의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를 노동으로 인식하는 소견을 가지며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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