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금, 산티아고 – 한효정 지음, 푸른향기 / 40일간의 걷기 여행
2020년 여름, 제주 둘레길을 걸어본 경험이 카미노(Camino de Santiago)를 꿈꾸게 하였고 코로나가 끝나기 만을 기다리게 한다. 오늘 읽게 된 <여기 지금, 산티아고>는 그 길 위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하는 글이다.
저자 한효정은 2013년 봄, 40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 생장드피드포르에서부터 피니스테라까지 900킬로비터를 걷는다.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걷기도 하며 자산을 되돌아보고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한 발 한 발 걸어 닿은 세상의 끝에서 ‘지금 여기’가 바로 시작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걷기와 인생이 가진 공통점은 결국 홀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만나게 되는 길벗은 잠시의 동반자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나와 하나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함께서기를 기대하지만 막상 함께 하게 되면 또 다른 불편함을 발견하고 이내 홀로서기를 그린다. 그러기에 일정한 거리는 길을 걷는데 가장 필요한 도구임을 여정의 마무리 시점에서 알게 된다.
잠시 누군가와 벗이 되어 길을 걷다 보면 상대가 누구인지, 왜 이 길을 걷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함은 역지사지의 배려(?)랄까, 처음 보는 사람이 나에게 사적이고 쌩뚱맞은 질문을 한다면 편하지 않은 시간이 됨을 알기에 나 역시 상대에게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색한 시간을 지나 힘든 언덕길을 지나갈 즈음에서는 누가 먼저 할 것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떨어 놓는 것은 힘든 시기를 함께한 전우애 덕분일 것이다.
“어쩌면 여행자가 배낭을 꾸리는 일은 불안에서 시작된 행위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고, 짐이 무거울수록 내 걸음도 느려질거라는 것을 알기에 줄이고 또 줄였다. <중략> 연(저자의 지인)은 내가 코펠을 버린 것에 대해 마음에 걸려했다. 먹고사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그릇을 버리고 걸으니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불안과 걱정도 함께 내려놓은 것 같았다.”
많은 이가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애써 찾아본다면 어떤 이는 속죄하기 위해, 어떤 이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어떤 이는 새로운 다짐을 위해서일 것이다. 저자가 기록한 사십일간의 경험 하나하나가 나의 상상과 결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기대는 산티아고를 찾고 싶은 욕구를 더욱 강하게 한다.
저자는 배려에 지쳐버린 우리에게 ‘나의 페이스대로 걸으라’는 권고와 고독의 심연속에서도 ‘언제나 그림자는 나와 함께 한다’는 위로를 전한다.
그 옛날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SanTiago)가 그랬듯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 정신적으로 가장 외로울 때가 각자의 카미노를 걸어야 할 최적의 시간이며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위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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