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 저우신위에, 미디어숲
노동의 차별이 생기고 잉여가 탄생한 이후 돈과 사람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돈은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쓰는 이의 감정을 조절하고 소비 활동을 진작시켜 가정과 사회를 통제한다. 또한 돈이 잘 쓰이면 돈을 쓴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달고 다시 돌아와 또 다른 돈을 부르기도 하고 잘못 쓰이면 가진 돈 모두를 거두어 달아나기도 한다. 이처럼 돈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에 돈의 심리(心理)를 알아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저자 저우신위에는 절강대학교(중국)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뉴욕타임즈>, <타임>, <월스트리트저널>, <사이언스>, <네이처> 등 다수 해외 유명 매체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검증받은 인물이다. 오랜 시간 돈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저자는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돈과 관련된 재밌는 현상을 분석하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마음을 보여 주고자 한다.
마음에 다가온 구절을 소개해 보자면,
“돈이 충분한 안정감과 자유를 준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아주 강하다고 느끼며,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게 된다. 더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며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주인이 된 기분을 한껏 누리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물리적 자유로움이다.”
“사람은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그리고 그 신념은 곧 자신이 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한다. 돈은 이러한 자기중심적 경향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원래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돈은 그 사람의 성격을 더 망친다.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돈은 그 사람의 자기애를 훨씬 더 넘치게 한다. 하지만 심성이 바르고 착한 사람이었다면 돈은 그 사람을 더 착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소비 중독자는 절대 소비를 통해 영원한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비록 멈추지 않는 소비를 통해 짧은 행복을 누비이불처럼 이어 갈 순 있어도 이는 결국, 마른 목을 술로 축이는 꼴일 뿐이다. 어떤 이는 우울감을 느끼기 때문에 소비를 통해 치유하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들은 그로 인해 더 깊은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남이 모험을 얼마나 감수할지에 대한 예측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타인이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자 전문가는 더욱 위험성 있는 종목을 제시할 수 있고, 의사는 더욱 과격한 수술을 권할 수 있으며, 의류 매장 직원은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의 옷을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은 언제나 큰 손실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빈부격차는 마치 숨겨진 풍향계와 같다. 사람들의 사치품 소비를 부추기고, 작은 허영심을 채워 서로 마음속 보이지 않는 평가와 비교를 하게 만들어 무형의 상처를 낸다. 빈부격차가 큰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은 사치품 구매를 통해 ‘지위를 위한 소비’를 한다. 이처럼 ‘빛 좋은 개살구’들이 바로 숨어 있는 빈곤 인구의 실체들이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맛도 더 좋다고 평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와인을 마시는 중인 상태에서 뇌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스캔하자 비싼 와인을 마신다고 생각할 경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마케팅 플라시보’라고 명명했다.”
“일회용 기저귀는 부모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서 구매하는 사치 용품이라는 생각에 부모들은 일회용 기저귀 구매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기저귀 광고가 ‘건조’, ‘통풍’ 등 아기에게 좋은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광고를 하자 기저귀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일회용 기저귀를 쓰는 것이 게을러서가 아닌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변명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하는 소비는 물질적 탐욕을 떨치고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물질에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소비 대상을 결정하는 자주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말을 떠올려 보자.”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을 사기보단 경험을 사라. 경험은 시간을 꽃으로 만들어 우리가 그것을 음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크고 지속적인 행복을 남긴다. 또한 경험을 통해 채색된 우리의 인생은 쉽게 퇴색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닌 무엇을 했느냐로 정의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두가 함께 사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거나 공용 자전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 등 이 세상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켜야 할 다양한 약속이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합리성을 추구하는 경제학 이론대로만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의 이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어찌 한낱 화폐에 불가한 녀석을 위대한 인간에 견줄 수 있겠냐마는 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니던가? 돈이 나와 내 가정, 그리고 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며 활동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돈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중심적) 인간을 만들 수 있고 빈곤의 불안을 멀리하며 비교의 상처를 차단하는 방패가 될 수 있다. 반면 남의 떡이 커 보여 내 손의 떡을 볼 줄 모르는 우를 범하게 한다. “장미꽃을 건넨 손엔 장미 향이 남는다”라고 한다. 진정 돈으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경험적 소비에 집중하고 타인을 위한 생산적 소비에 그놈을 보내 보라. 분명 ‘만족’이라는 뿌듯한 향기를 담고 당신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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