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이 돼서는 젊음이 그립다.
이번 주에 읽을 책을 고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 오십이 되었다>’ 나이 먹는다는 게 자랑거리는 아니어도 창피한 일은 아닐진대 왠지 안타깝고 다급해지는 감정은 무엇일까?
오십이란 나이가 인생의 전환점일까?
저자가 소개하는 오십 대의 특성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몇 달 후면 맞이할 이 녀석을 미리 마중 나온 나는 중년에 속하기엔 너무 어리고 청년에 속하기엔 다소 넘치는 애매한 곳에 서 있다.
지금 내게 나타나는 뚜렷한 신체의 변화는 선명하게 보이던 글씨가 가물거리고 많던 머리숱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조금만 걸어도 무릎에 뻐근함이 전해지며 머릿속의 빠릿함은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과거 진취적이던 의사결정은 위험을 회피하는 데 집중하고 안정적이며 편안한 관계를 선호하게 되었다. 말이 많아져 수다 상대를 찾는 모습을 발견하며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줄임말을 공부하게 된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동년배의 연예인이 나이 먹은 배역을 맡게 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저자는 오십 대에 일어나는 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고 있다. 인상 깊게 다가온 몇 구절을 소개해 본다.
“운동 경기의 전반과 후반 사이에는 쉬는 시간, 하프타임이 있다. 어떤 이는 전반의 전적에 집착하여 탄식의 시간을 보낼 것이고 어떤 사람은 곧 펼쳐질 후반전에서 역전을 기록할 작전타임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내 나이 오십, 지금은 작전타임 중이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뜻이요,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며,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며,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지나온 세월을 모두 기억하면 정신이 너무 괴로울 것이라고 말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속 글귀를 꺼내놓았다.”
“인생은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며 지식이나 사상은 행동에 활동하기 위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몸으로 부딪쳐 눈앞에 결과물을 얻는 일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란 것을 알았다.”
“기어이 오십, 꿈꾸기에 적당한 나이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던 백석, 시인 백석을 사랑했던 여인 김영한은 1997년 당시 천억 원 가치의 고급 요정 대원각(길상사)을 법정 스님께 시주하며 말했다.
“그깟 천억 원,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 누구는 노인이 되고 누구는 좋은 어른이 된다.”
중고교시절, 이십 대가 되길 그리 바랐던 것은 성인이 돼야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정작 이십 대가 되어선 내일을 볼 수 없을 만큼 불안했다. 삼십 대가 되어서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진취적일 수 있었으며 사십 대에 이르니 사고가 유연해지고 위, 아래로 참여가 가능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오십 대에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오십 대가 되면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고,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가진 것에 감사하며 연민을 가진 사람, 건강의 가치를 몸소 깨닫는 사람,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여는 사람,
책을 통해 오십 대를 마중해보니, 차고 넘침의 과욕은 물론 빈곤과 궁핍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적당한’ 오십을 동경하게 된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이 듦의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찾게 될 동년배들이여,
모두의 건승을 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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