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찍은 학급단체사진을 보면서 친구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머릿속을 뒤져보면 마법처럼 그때 일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하루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자 장 자끄 상뻬는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나 소년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뻬의 그림에는 포근함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선과 색은 인간 내면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면서도 맑고 진솔함으로 종결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꼬마 니콜라」로 세상에 소개 되어 지금까지 30여권의 작품집을 발표하였다.
이야기의 주인공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지는 병을 앓고 있다. 누구나 그럴 상황이 되면 얼굴이 빨개질 수 있으나 꼬마 마르슬랭은 아무런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르슬랭은 외톨이가 되어 갔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기의 얼굴 색깔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것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르슬랭은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단지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 귀갓길에 자신과 비슷한 친구, 르네 라토를 만나게 된다. 르네는 매력적인 아이였으며, 우아한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도 희귀한 병이 있었다. 전혀 감기 기운이 없는데도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병이었다. 르네 역시 혼자 강가를 산책할 때에만 겨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르네도 마르슬랭 처럼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았다. 단지 코가 간지러울 뿐이고 그것이 신경쓰일 뿐이었다.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갔다. 황달에 걸렸을 때나 홍역을 앓았을 때도 서로는 친구의 곁을 지켜주었다.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했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쬔 어느 날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해 했다. 둘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다.
마르슬랭이 할아버지 댁에서 방학을 보내고 돌아온 어느 날, 르네 가족이 이사 가고 없는 것을 알게 된다. 마르슬랭은 한동안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마르슬랭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어느덧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불쌍한 한 남자가 끊임없이 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봤지만 마르슬랭은 르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
삽화 하나하나에서 마르슬랭과 르네의 우정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의 감정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내 약점을 감싸주고 나와 함께 해준 친구.
아마도 어른이 된 지금에도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을 단짝 친구.
그런 친구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상뻬의 어른을 위한 동화가 한 주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잠시나마 아이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마르슬랭과 르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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