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면 자신의 사후 로마 원로원에게 황제의 권력을 되돌리려다 아들에게 살해당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가 오늘 책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다.
저자는 로마 제국의 16대 황제로서 ‘철인 황제’로 불리며 5현제(five good emperors) 중 한 사람으로 칭송받고 있다. 에픽테토스, 세네카와 함께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로서 금욕과 절제를 주장하였으며 백성에게 자비롭고 인정 많은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간 스테디셀러로 등극해온 <명상록>은 전쟁을 수행하고 통치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인간의 행동, 삶의 방향, 사회적 역할,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류 보편적인 질문에 깊은 성찰을 통해 얻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담아 답변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중 하나이다.
글을 읽고 이해한 책의 큰 줄기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각자 개인의 욕구와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공동체의 큰 움직임은 우주(신)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인간의 행동은 이성(理性)이란 도구에 의해서 선(善)한 결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에 부합하는 형태의 삶이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써 당당히 선(善)을 목표로 살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피와 뼈, 그리고 신경과 핏줄이 서로 얽혀 있는 육신과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 그리고 이 둘을 지배하는 정신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우주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우리에게 할당된 시간은 무한한 영겁의 시간 중에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아주 적은 것이며 우리의 운명은 한없이 거대한 운명의 아주 작은 한 분깃일 뿐이다.
인간의 죽음은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신비이다. 원소들의 결합처럼 그 해체도 생명계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찰나에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우쭐하거나 심란해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지를 유념하면서 짧은 인생을 본성에 따라 살아가다가 인생 여정을 끝낸 후에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마땅함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주는 올바른 길로만 움직인다. 이것은 우주를 창조한 신의 뜻이며 우주의 이치이다. 우주는 이성이라는 틀에 의해 움직이는데 이성은 자신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를 알며 어떤 절차에 의해 그 일을 해낼지를 안다. 우주의 움직임은 너무 거대하여 개인에게 나타나는 단편적인 현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없다.
각 구성원이 서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본성에 따른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일이다. 각자 본성에 따라 얻은 결과가 때론 나에게만 일어나는 불행 같지만 그것은 공동체와 우주에게는 언제나 선(善)인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이를 노여워하지 말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오직 그 곤경들을 어떻게 선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데 전적으로 집중하여야 한다.
타인을 내 불행의 변명거리로 삼지도 말며 원망의 대상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이성의 눈을 감아 버리는 사람은 맹인이다. 자신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자신 안에 있는 자원으로부터 가져오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지와 같다. 그러니 그 누구의 폭군도, 그 누구의 노예도 되지 말고 우리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행하는 일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당신의 남은 인생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귀와 다리가 몸에게 그러하듯 각각의 존재가 지향하는 것에 그 존재의 목적이 있다. 어떤 존재의 목적이 있는 거기에는 그 존재의 유익과 선도 있다. 각각의 일이 지닌 합당한 가치에 비례해서 일의 경중에 따라 우리의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의 품성은 우리가 어떤 생각들을 자주 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정신을 어떤 색깔로 물들이는 것은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선한 생각으로 우리의 정신을 물들여야 한다. 유쾌한 재치가 넘치는 사람으로 살라. 오직 이성만을 의지해서 지금을 살아야 한다. 신과 인간과 모든 이성적인 존재의 정신은 두 가지의 공통점을 지니는데 하나는 타자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행동 속에서 자신의 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오직 그런 것들만을 원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마치 성경의 잠언을 보는 듯하다.
각 권의 기록에는 지도자로서 고뇌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녹아져 있다.
현실의 삶에서 자신의 가치 기준(철학)을 지키고자 했던 한 인간의 끝없는 투쟁을 읽을 수 있었다.
분명 이 책의 모든 내용은 명상의 가치가 있는 귀한 글들이며 수백 번을 읽고 지혜를 갈구해야 할 중요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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