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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금오신화 - 김시습 / 이생이 담 너머 아기씨를 엿보다~!!

by 박종인입니다.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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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규장전(이생이 담 너머 아가씨를 엿보다)

 

송도 출신의 열여덟 이생은 풍모와 자질이 빼어났다. 어느 날 국학을 다녀오는 길에 선죽리에 사는 열여섯 최씨 여인을 보게 된다.

 

첫눈의 사랑에 빠진 이생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를 적어 담 너머로 던진다. 이를 읽은 최씨 여인 역시 기뻐하며 저녁에 만날 것을 청한다.

 

“때마침 동산에 달이 막 떠올라서 꽃 그림자는 땅에 드리워 있었으며, 참으로 맑고도 사랑스러운 향기가 났다. 이생은 마치 신선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사랑하게 된 이생과 최씨 여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며칠을 함께 한다.

 

통보 없이 집을 비운 터라 부모의 안부가 궁금하던 이생은 최씨 여인에게 이를 설명하고 본가로 향한다.

 

이때 운명의 여신은 둘을 헤어지게 하는데, 근래 두드러지는 아들의 일탈을 걱정한 아버지는 농토를 감독하는 일을 맡겨 집을 떠나게 한다.

 

뒤늦게, 이생이 울주로 쫓겨난 사실을 알게 된 최씨 여인은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몸져눕는다. 그녀는 일이 이렇게 되자 더는 숨기지 않고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떨어 놓기로 결심한다.

 

“속병이 갈수록 악화되니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 머지않아 귀신이 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만약 제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남은 목숨이나마 보존할 것이고, 만약 제 간곡한 청을 거절하신다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부모는 이생의 부모를 찾아가 둘을 맺어주자 청한다. 이생의 부모는 궁색해진 살림을 탓하며 반대하지만 결국 이 둘의 혼인을 승낙한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공민왕 재임 신축년에 홍건적이 침입하여 모든 건물과 사람, 가축을 마구 도륙하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으로, 골짜기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도적에게 잡힌 이생의 부인은 끝까지 저항하지만 결국 죽임을 당한다.

 

시간이 흐르고 도적이 물러갔다는 소식에 이생은 마을로 돌아갔지만, 양가 부모는 모두 돌아가시고 아내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슬픔에 잠겨 탄식하던 이생은 누각 멀리서 다가오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생은 그녀가 이미 죽었다고 여겼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터라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귀신이라 한들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느 것도 둘의 사랑을 끊을 수 없었다.

 

세 번째 인연을 함께한 둘은 숨겨 둔 재산을 찾고 양가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여 오관산 기슭에 정성스레 모셨다.

 

짧은 행복을 직감한 이생은 벼슬길은 물론 모든 바깥출입을 끊고 올곧이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에만 집중했다.

 

역시나 행복도 잠시, 저승의 속한 그녀는 남편에게 작별을 고하게 된다.

 

“저승의 운수는 피할 수 없습니다. 천제께서는 저와 낭군님의 인연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고 전생에 아무런 죄도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허깨비 같은 몰일망정 잠시라도 근심스러운 마음을 풀어주셨던 것이라,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무르면서 살아 있는 사람을 유혹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말이 끝나자 그녀의 모습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생은 아내의 유골을 수습해서 부모의 묘소 옆에 묻어주었다.

 

장래가 끝난 뒤 이생은 지난 일을 생각하느라 병을 얻었고, 결국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상세한 전체 이야기는 충분히 로미오와 줄리엣에 견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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