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악방송에서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영어인지라 전체 가사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할렐루야’라는 가사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바로 유튜브 뮤직을 열었다.
<제프 버플리의 할렐루야>란 곡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니 이 곡이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책장에 꽂힌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을 펴고 그 일화를 찾았다. 이는 그레고리 펙과 수잔 에이워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소재였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다. 왕궁의 옥상을 거닐던 다윗은 우연히 한 여인이 목욕하는 광경을 내려다보게 된다. 그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다. 다윗은 사람을 보내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하였다. 그녀는 바로 자신의 장수 우리야의 아내였다.
그녀의 알몸을 본 다윗은 강한 욕망을 느꼈고 결국 욕정을 행동으로 옮긴다. 얼마 후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윗은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장에 있던 그녀의 남편 우리야를 불려 노고를 위로하며 며칠간 부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 권한다.
그러나 우리야는 생사를 걸고 싸우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왕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는 수 없이 다윗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숨기려 우리야를 가장 전투가 치열한 곳 선봉에 배치하고 전투 중에 홀로 남겨두라 명한다. 이윽고 다윗은 그의 의도대로 우리야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후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예언자 나단이 다윗을 찾아와 왕을 꾸짖는다.
“어찌하여 왕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주님이 보기에 악하다 할 만한 일을 저지르셨습니까? 왕께서는 헷 사람인 우리야를 칼로 쳐 죽이시고, 그의 아내를 당신의 아내로 삼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왕의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왕을 거슬러 왕의 집안에서 재앙이 일어나게 할 것입니다!”
다윗은 밧세바와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은 잃고 만다. 다윗은 죄책감과 슬픔으로 고통스러웠다. 이스라엘 선조로서 경솔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의 아내와 불륜까지 저지른 대가로서 한 아이가 숭고한 생명을 잃은 것이다.
다윗은 자신이 벌을 받아 마땅함을 인정했고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후에 밧세바가 다시 아들을 낳자, 다윗은 그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지었다.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는 ‘가혹한 사랑’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즉, 성경은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특성을 지적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이끈다. 또한 성적 욕망은 도덕과 윤리적 신념을 바탕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책 254쪽)
제9장<다윗과 밧세바 : 욕정에서 사랑으로>은 다윗의 죽음과 그의 가정사를 다루면서 마무리한다.
책을 덮고 다시 제프 버플리의 <할렐루야>를 듣는다.
사랑으로 뒤덮인 그들의 공간 속으로 죽을 줄 알면서도 달려드는 불나방의 모습이 그려진다. 할렐루야다.
욕망을 생각하다 양가감정에 빠진 듯하다. 아무튼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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