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간쯤에 꽂힌 책갈피를 바라보면서 다음 읽을 책을 떠올린다. 무엇이 불안하고 다급한지 다 읽기도 전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머릿속이 산만하다.
통상 이럴 때면 스마트폰을 잡고 인터넷서점으로 들어가거나 남들이 써놓은 서평을 읽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으로 시작한 서핑은 페이스북, 유튜브로 이어진다.
이렇게 목적을 잃은 노력은 죄의식이 되어 나를 옥죄고, 결국 남아있는 시간을 다시 스마트폰에 파묻는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 욕심이 가득한 일정표를 작성하고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한다. 결국 오늘은 내일이 되고, 모레가 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을 줄여서라도 계획한 일에 집중해 보지만 부족한 잠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다. 일상은 얽히고 결과 없는 삶은 반복된다. 이런 일탈적 행동은 루틴을 깨고 육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 건강을 해친다.
올곧이 재미에 집중하였던 시간이 언제였던가, 해 지기 전까지 산으로, 들로 뛰놀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간다. 기업의 광고는 우리가 행복을 위해 돈을 쓰기보다 행복해 보이는 것에 돈을 쓰게 한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놀라운 기획으로 필요 이상의 소비를 조장한다.
미리 짜진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분석하여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에 접근하도록 한다. 결국 욕망에 가득 찬 마음을 이용하여 장시간 마법 같은 광고에 노출되게 한다.
저자는 1) 쏟아지는 정보, 2) 멀티태스킹을 긍정하는 문화, 3) 부족한 잠, 4) 생각할 시간을 앗아가는 미디어, 5) 기업의 욕망, 6) 지나친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상태, 7) 형편없는 식단, 8) 어른보다 바빠진 아이들 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요소라 말한다.
나는 독자로써, 저자 자신도 역시 이러한 문제 속에 존재하는 일원이며, 아직 해결책을 확언하기엔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현상을 명확히 분석하고 집중력 부제가 가져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저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 (책 420쪽)
행복의 이르는 과정이 몰입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요 이상의 욕심은 집중력을 저해한다. 주객이 전도된 나의 독서처럼 단순히 읽은 책의 수량에만 집중한다면, 몰입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산만함만 남는다.
이제 집중력과 행복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집중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들도 파악하였다. 남아있는 과제는 집중력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그 답은 약간의 불편함, 약간의 부족함, 조금 느린 속도에 있지 않을까?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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