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 그 두려움에 대항하기엔 너무나 나약한 나, 자포자기하듯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숨어보지만, 어느새 도망쳤다는 패배감이 더해져 몸조차 내 의지대로 가눌 수 없는 단계가 된다. 이러한 상태가 멜랑콜리일까?
멜랑콜리는 원래 질병의 이름이다. 그리스어의 ‘검다’라는 뜻의 멜랑(Melan)과 ‘담즙’을 뜻하는 콜레(chole)의 합성어로 체액 중에서 흑담즙이 과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스어로는 ‘멜랑콜리아(melancholia)’라고 불렀다. (책 9쪽)
저자 야오야오는 책에서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 장애, 최면, 호스피스란 주제를 다루는데 그중에서 멜랑콜리와 어울리는 주제인 우울증에 대해 요약해보고자 한다.
흔히 마음의 감기로 알려진 우울증을 앓게 되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먹고, 자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울증의 발병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심리학자인 저자는 ‘습관성 무력증’과 ‘인지능력 장애’ 그리고 ‘내분비 장애’를 대표적 원인으로 뽑는다.
습관성 무력증
개를 가둔 상자의 문을 열어놓고 전기 막대로 충격을 가한다. 그러자 개는 격렬하게 움직이며 울부짖지만, 이리저리 날뛰거나 부딪치지는 않는다. 상자의 문이 열려 있는데도 개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상자 안에서 전기 충격이 끝날 때까지 절망적으로 울부짖기만 한다. 개는 이미 자신이 처한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망갈 기회가 있음에도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전기 충격을 견디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습관성 무력증’이다. 이미 몸에 밴 습관처럼 무력함을 느끼는 것이다. (책 82~83쪽)
인지주의
인지주의 유파에서는 사람의 마음도 컴퓨터와 같다고 보고 정보 가공 시스템인 중앙처리장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지주의에서는 사람들이 우울한 이유를 그들의 ‘중앙처리장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요인은 무조건 ‘외부 통제와 불안정성’으로 귀결 지어 ‘모든 것을 행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실패의 원인은 항상 ‘내부 통제와 안정성’으로 귀결 지어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실수가 있었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얼마나 우울할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 85~88쪽)
내분비 장애
일반적인 상황에서 부신 코르티솔의 분비는 매우 규칙적이다. 이것은 24시간을 주기로 아침에 가장 수치가 높았다가 낮에는 점점 내려간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체내 부신 코르티솔은 온종일 수치가 높다. 수치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아침에 가장 큰 두려움을 느끼고, 우울한 감정이 온종일 계속되는 원인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책 89~91쪽)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우울증 처방전은 무엇일까?
먼저 인지 부분에 대해 말하면, ‘중앙처리장치’를 고치는 방법이다.
1단계, 중앙처리장치를 수리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그곳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일단 글로 써보는 것이다.
2단계, 그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3단계, 중앙처리장치의 고장을 수리하는 일이다. 이때 심리치료사는 환자들에게 일련의 문제를 제기하며 그들이 보는 시각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다음은 행동 전술이다.
끊임없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여러 차례 건설적인 확신을 얻으면, 때때로 좌절이 엄습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후의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심리학자 스키너의 강화 이론에 따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자신을 여러 번 강화시키면, 어떤 행동에도 나는 그것에 통제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즉, 스키너는 행동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모두 강화 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강화 작용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경쟁 구도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교화된 사회 속에서도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심리의 변화와 정신적 고통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방어기제일지 모르겠다.
우리 스스로가 힘들고 괴로울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안의 상처를 찾아내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다음 1초가 인생의 마지막 1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짜로 죽음이 찾아와 그 끔찍한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만약 평생토록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기 싫다면, 또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스러웠던 일들을 떠올리기 싫다면 무엇을 더 기다리는가?
지금 바로 여기, 이곳, 그리고 당신의 삶을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책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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