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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작가의 루틴 – 김중혁, 박솔뫼, 범유진, 조예은, 조해진, 천선란, 최진영 / 둥그런 원이다.

by 박종인입니다.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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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은 만사가 귀찮고, 모든 것을 미루고 싶다. 아마 하루 중에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남짓, 그것도 넉넉히 잡아서 말이다.

 

그럼에도 내일까지 독후감을 한 편 써야 하기에,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검색하였다. 이런저런 책을 선택해 읽기를 시도하였으나,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번뜩 눈길이 가는 책이 있어 몇 장 읽어보니, 글쓰기로 먹고사는 전문 작가들도 나와 같은 상태를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보통 어떤 루틴을 가지고 매너리즘을 극복할까? 글쓰기가 안될 땐 어떤 방법을 쓸까? 그런 게 궁금해졌다.

 

공동 저자 중 몇몇 작가가 전하는 루틴의 소고,

김중혁 작가는 자신에게 루틴이란 삶의 하중을 흡수하고, 원상회복할 수 있는 첨단소재로써 글이라는 게 번쩍이는 영감이나 벼락처럼 내리치는 순간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됨을,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가 일상의 루틴을 파괴하는 듯하겠지만 인생 전체의 그래프를 보면 거기에 분명 어떤 규칙이 보일 거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박솔뫼 작가는 루틴의 정확한 용어나 뜻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두 명 이상의 댄서가 합을 맞추어서 춤을 추는 것으로 여긴다. 어떨 때는 계속 딴짓만 하다 시간이 가 버리고 어떨 때는 손이 나보다 먼저 달려 나가서 달리기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전력 질주하게 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비슷하겠지만 매일() 쓰는 글쓰기가 다르다. 따라서 지금 쓰는 글이 어찌 진행되든 늘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는 내가 나와 벌이는 경주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싶다고,

범유진 작가에게 루틴은, 둥그런 원이다. 일상으로 흡수되어야 하지만 도저히 흡수되지 않는 일의 끝자락을 억지로 끌어오려 일상 끝에 이어 붙여 만든,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전한 원이다. 그 끝에 매일 풀칠을 해서 좀처럼 끊어지지 않게 만든다. 원이 완전히 단단해지면 루틴의 완성이다. 완성된 루틴은 일상으로 흡수된다. 그때부터는 의식하지 않아도 그 행위가 내 하루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해진다는,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뭐 이런, 각인된 (작가란) 프레임이 그들을 별천지 사람으로 착각하게 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라는 말이 있다. 작가는 글쓰기가 업인 사람이다. 글쓰기가 너무 좋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매서(賣書)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좀 특별한 프리랜서이기도 하다. 물론 업무의 특성상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창의성이 돋보이는 글이 나오겠지만, 그들도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오늘 같은 날엔 빠르게 독후감을 마무리하고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감히 이분들과 나를 견주려는 말도 안 되는 비교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전문가의 조언이 듣고 싶었다고 할까,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많은 동지에게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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