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걷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려보려고 스마트폰을 바닥에 세워놓고 몇 번을 오고 가며 연출을 하였다. 편집하고 나니 20초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영상이었다. 그런데 왠지 업로드할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그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허술해 보이고, 표정부터 복장, 걸음걸이 모든 것이 엉성하여 올리기를 포기하였다.
지금처럼 독후감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느낀 나의 감정을 진솔하게 적는 것이 목적인데, 타인의 시선에 기준이 맞춰진 나머지, 여러 번의 퇴고에도 미사여구만 있을 뿐 원래의 목적은 사라진다.
필요 이상의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도, 돈보다 가치를 중시한다는 거짓말도, 상대방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모두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강한 욕구에 기인한다.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정이 강해지면, (빠르게 그 상황을 벗어나려는) 회피본능이 더 깊은 구렁텅이로 나를 밀어 넣는다. 결국 두려움으로 깊어진 좌절감 때문에 ‘착한 얼굴 가면’ 뒤에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당장의 상황을 모면한다.
나의 경우, 분명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표현하기 전에)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한다. 감정의 변화가 감지되면 가감 없이 이를 읽어내고 상상 속에서 그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을 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도움에 길들이진 나를 경계하면서 세상이 모두 나를 등져도 나만은 나를 응원하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넘어져서 생긴 상처’보다 ‘넘어질까 걱정하는 두려움’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책에도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소개한다.
“마음속 깊은 곳의 목소리를 듣자. 그리고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는 데 망설이지 말자. 자기 내면의 요구를 충족시키면 이해하고, 감사하고, 경청할 힘이 생긴다.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된다. 사회는 그런 당신을 반긴다. 자기를 드러내는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만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로 살 수 있다.” (책 79쪽)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더라도 자신을 공격하는 강렬한 마음을 내려놓자. 자신을 향한 가혹한 비하는 거두어라. 강렬한 자기 공격은 자아가 연약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 쉽게 자신을 공격한다.” (책 115쪽)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은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의견에 생명력을 주입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견해를 당당하게 밝히는 것, 분명한 자기 관점을 가지는 것, 문제 상황에 맞게 판단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주관이 있으면 물질적 향유나 지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책 161쪽)
“자신이 가진 감정이나 활력을 다른 사람이 인정하면 이는 열정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면 과욕이고 과도한 욕망이라고 질타받는다. 그러므로 진짜 자아를 드러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상대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자신의 자만심 혹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스스로 의심한다.” (책 168쪽)
누가 보는 사람이 없다면, 이 답답한 가면을 벗어 던지고 마음껏 활개하고 싶다. 어쩌면 서로가 공존해야 할 사회에서 가면은 불가피한 요소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은 무엇보다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할 대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타인에게 빼앗긴 시선을 나에게로 가져와 보자. 언젠가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설 나 자신을 그려보면서 웃음을 지어보자.
희로애락이 모든 이의 얼굴에 그려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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