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읽었던 책의 내용을 곱씹으면서 온종일 ‘분노’란 퍼즐을 맞추고 있다.
분노란 자신(혹은 타인)에게 바라는 바가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할 때나 본인의 자아를 송두리째 외면당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자기 생각, 행동, 습관, 태도가 상대와 다를 때 우리는 자신을 대변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때 분노를 경험하곤 한다.
금주의 책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에서는 분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분노는 심판이다 - 상대방이 나의 규칙을 어겼으니 이를 평가하고 화를 낸다.
“자신이 가진 인지의 틀 안에 갇힌 사람은 자기 생각만이 사실이라고 여긴다. 다른 사람이 설명해도 이들은 상대방이 사실을 부정한다고 생각하고 더욱 분노한다. 이들의 분노에 담긴 의미는 이렇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결정해! 반드시 나에게 동의해야 해. 반박은 필요 없어!’” (책 46~47쪽)
2. 분노는 기대다 – 자신의 기대나 바람에 응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
“분노는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일어나는 저항이자, 상대방의 현실을 향한 저항이다. 사람들은 분노 감정이 일어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져야 한다’라는 환상에 빠져서 자신의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 (책 110~111쪽)
3. 분노는 자기 요구다 – 분노는 상대방이 아니라 사실 자신을 향한 요구다. 자신이 정한 기준을 스스로 지키지 못해서 화를 낸다.
“분노는 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타인을 향한 강요를 통해 평소 자기 자신에게 어떤 강요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때 ‘왜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가혹할까?’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책 169쪽)
4. 분노는 감정의 연결이다 – 지금 내가 무력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자신의 무력감을 느껴야 한다. 내 감정에 공감해 달라고 화를 낸다.
“분노할 때 상대방의 ‘행위’와 ‘생각’을 통제하고 싶을 뿐 아니라 ‘감정’의 통제까지 원한다. 상대방이 나와 똑같이 에너지를 소모하길 바란다. 즉, 분노하면 상대방이 자신보다 즐거운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책 191쪽)
5. 분노는 두려움이다 – 나와 상대방 모두가 더 심각한 위험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화를 낸다.
“나의 분노는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길 희망한다’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어떠한 행동은 ‘나에게 피해’ 또는 ‘당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일으킨다. 그럴 때 우리는 분노 메커니즘이 등장해 나를 보호하거나 당신을 보호하는 목적을 달성하길 기대한다.” (책 223쪽)
6. 분노는 사랑이다 – 내가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길 바라며 화를 낸다.
“분노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다. 분노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생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이해, 인정, 관심, 중시, 존중, 지지, 도움, 수용이다. 분노는 이런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노할수록 그만큼 사랑이 결핍되었다는 뜻이다.” (책 243쪽)
분노는 인간이 가지는 지극히 당연한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무조건 참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또한 분노는 자신의 전투력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으로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다.
분노는 상대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화가 난 이유를 모를 수 있기에 격한 감정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솔직한 심정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태도이다. ‘이 정도 했으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하는 생각은 나만의 바람이 될 수 있다.
분노를 억눌러야 하는 감정으로만 인식하였다면, 그것은 분노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본연의 모습을 들춰본다면 분노란 자신을 지키려는 정당방위임을 알게 될 것이다.
흥미롭게 읽었다. 책에는 이 외에도 분노에 대응하는 방법이 실려있다. 감정의 변화와 그 대응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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