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친구로부터 생일선물을 받았다. 칼릴 지브란의 저서 시리즈로 기억한다. 당시는 직관적인 표현조차 이해하기 어렵던 시절이었고 사랑, 이성 뭐 이런 관념적 표현은 졸음을 부르는 주제였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저자의 책을 찾게 되니 친구의 얼굴과 당시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일주일간 ‘현대의 성서’라 불리는 <예언자>의 속을 파헤치고자 천천히 반복적으로 읽어 보았다. 우선 글의 특징은 기쁨과 슬픔, 자유와 속박, 출발과 도착, 영혼과 육체, 무한과 유한, 사랑과 증오, 선과 악, 부와 빈처럼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에 반하는 상대적 개념을 통해 둘을 하나의 선상에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느낌이다. 마치 구약성서의 <시편>과 <잠언>을 읽는 느낌이랄까? 처음 읽는 분이라면, 책 뒷부분에 소개된 강은교 님의 <해설>을 먼저 읽고 본서를 접하시길 추천한다.
인상 깊었던 문구를 주제별로 정리해 보았다.
“사랑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 안을 땐 전신을 허락하라. 비록 사랑의 날개 속에 숨은 칼이 그대들을 상처받게 할지라도.… 왜냐하면 사랑이란 그대들에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만큼 또 그대들을 괴롭히는 것이기에.”
<사랑에 대하여 中>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결혼에 대하여 中>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 소유가 아닌 것을.”
<아이들에 대하여 中>
“그대들 가진 것을 베풀 때 그것은 베푸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베푼다 함은 그대들 자신을 베푸는 것뿐.… 그리고 그대들 받는 이들이여, 물론 그대들은 모두 받는 이들이지만, 얼마나 감사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지 말라. 그것이야말로 그대들 자신에게도, 베푸는 이에게도 멍에를 씌우는 일.”
<베풂에 대하여 中>
“그대들 이빨로 사과를 깨물 땐 마음속으로부터 속삭이라. ‘그대 씨앗은 나의 몸속에서 살아갈 것이며, 그대 미래의 싹은 나의 심장 속에서 꽃피리. 그리하여 그대 향기는 나의 숨결이 되어 우리 함께 온 계절을 누리리라’”
<먹고 마심에 대하여 中>
“또 스스로 노동함으로써만 그대들 진실로 삶을 사랑할 수 있으며, 또 노동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길만이 가장 깊은 비밀을 알게 되는 일이라고.”
<일에 대하여 中>
“그대들의 기쁨이란 가면을 벗은 그대들의 슬픔. 그대들의 웃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샘이 때로는 그대들의 눈물로 채워진다.”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中>
“그대들의 옷이란 아름다움은 많이 가리나 추함을 가리지는 못하는 것.”
<옷에 대하여 中>
“살해당한 자, 자기의 살해당함에 책임 없지 않으며 도둑맞은 자, 자기의 도둑맞음에 잘못 없지 않음을.”
<죄와 벌에 대하여 中>
“이성이란 홀로 지배하기엔 힘이 모자라며, 버림받은 열정이란 다만 스스로를 부수어 불태워 버리는 불꽃이 될 뿐이기에.”
<이성과 열정에 대하여 中>
“그대들 누구나 홀로 신을 깨달아야 하듯이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와 떨어져 홀로 신을 깨닫고 홀로 대지를 이해해야만 하리라.”
<가르침에 대하여 中>
“그대들은 친구가 속마음을 얘기할 때 그대들은 자기만의 생각으로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며, ‘그렇지’라는 말을 억누르지도 말라.”
<우정에 대하여 中>
“어제란 다만 오늘의 추억이며, 내일이란 오늘의 꿈임을 안다.”
<시간에 대하여 中>
“진실로 선한 이란 벌거벗은 이를 보고, ‘그대 옷은 어디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 법.”
<선과 악에 대하여 中>
“그대들 만약 신을 알고자 한다면, 수수께끼의 풀이자가 되려 하지 말라.”
<종교에 대하여 中>
“낮에는 눈멀어 밤만이 보이는 올빼미는 결코 빛의 신비를 벗길 수 없는 것을.”
<죽음에 대하여 中>
저자는 사랑, 결혼, 아이들, 베풂, 노동, 기쁨, 슬픔, 옷, 법, 자유, 이성 등 보편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그의 답을 읽으면서 나의 답도 정리해 보았다. 은유적 표현이 내포한 무한의 정의는 나의 답도 그의 글에 담아주는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특히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칼릴 지브란의 철학은 인간성의 회복을 통해 신성을 깨닫고자 한다는 평을 받는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인간이기에 가지는 당연한 고뇌가 신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신께 더욱 다가갈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러나 그의 저서 <예언자>가 지니는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임엔 이견이 없다.
아무쪼록 많은 분이 읽고 기본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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