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종교에 따라 교회와 절로 향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절대자에게 귀의하는 의식을 통해 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서 진정을 다한 설교자의 말씀은 듣는 청중의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준다. 전달자의 이야기가 본인의 삶을 통해 얻어진 결실일 경우 그 메시지는 더욱 선명하게 전달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을 선사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법정 스님의 법문 31편을 엮어 놓은 글이다. 지금은 떠나고 안 계신 분이지만 스님을 글을 통해 위로받던 많은 독자들은 이 글이 매우 반가울 듯하다. 불가에 속한 스님의 말씀이지만 어느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스님이 인용하시는 불학의 내용들은 쉬운 언어로 다시 설명해 주시니 이 또한 앎의 확장 차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책 제목인 <좋은 말씀>의 일화에 유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옛날 어느 신도 한분이 스님께 스님의 책을 내밀며 가슴에 새길 좋은 말씀 하나만 써 달라고 부탁하자 스님은 책 한 귀퉁이에 친 필로 ‘좋은 말씀’이라 써 주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흡사 아재 개그를 보는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 어딘가에 계신 것 같아 마음이 즐겁다.
31편의 법문 중에서 스님이 반복해서 강조하셨던 부분들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가난하게 느끼는 건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 앞에 섰을 때가 아니라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지만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1994년 3월 26일 구룡사, 맑고 향기롭게 발족 강연회)
진정한 부자는 남보다 적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먼저 넉넉한 마음의 그릇부터 준비해야 한다. 넉넉한 마음의 그릇이란 덕이다. 덕을 쌓아야 한다.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03년 10월 말고 향기롭게 발족 10주년 창원 초청 강연회)
비교하지 말라.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란 임제 선사의 말씀이 있다.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꽃들은 결코 남을 닮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특성대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2001년 4월 15일 정기 법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 둘이나 셋을 갖게 되면 본래의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입니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아야 한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지느냐에 달려 있다.(1994년 4월 4일 맑고 향기롭게 부산 모임 발족 대중 강연)
보왕삼매론
첫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둘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셋째, 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넷째, 수행하는 데에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말라.
다섯째,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여섯째,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일곱째,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여덟째, 공덕을 베풀 때에는 과보를 바라지 말라.
아홉째,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열째, 억울함을 당할지라도 굳이 변명하려고 하지 말라.
(1998년 11월 4일 길상사 설법전 길상회 법회)
본래 사람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명예, 돈, 지위는 세상에 나와서 잠깐 내가 관리하는 것일 뿐이다. 본래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활짝 열고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크다는 것은 그 그릇이 크다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이웃과 나누면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나 자신은 과연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살아야 한다. (2003년 파리 길상사 개원 10주년 법회)
인간은 본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씀, 빈손으로 온 것처럼 빈손으로 간다는 말씀이 소유의 욕구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망이며 인간의 행동을 견인하는 기본 동력이라 믿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소유가 아닌 사용과 나눔이 인류 생태계를 변화시킬 큰 화두가 아닐지 깊이 생각을 해본다.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을 다시 만나 귀한 말씀을 듣고 싶다면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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