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므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인간은 자기 속에서 만들어진 질문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존재일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진보하고 발전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최소의 시간마저 빼앗아가 버리고 기성화 된 생각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다수의 생각에서 벗어나면 마치 무리를 잃은 양처럼 불안해하고 다시 ‘그들’ 속으로 회귀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존재만으로 하나의 우주이다. 아무리 합리적 틀을 가져오더라도 결국에는 자신만의 우주로 돌아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뇌하며 기뻐하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 사고하고 나름의 답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각자의 유니버스로 사물을 바라보며, 셀 수 없이 많은 결과를 조합해 내고 그 결과물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역사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며 혁신을 태동시킨다.
금주에 읽게 된 책,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는 인간 내면에서 답을 찾으려는 인문학적 성찰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고 색다른 내용은 없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 그 속에서 발생할 만한 고민을 아주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책의 저자 김이섭 박사는 한국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미국과 독일의 대학에서 수학한 분으로 <행복 누리>, <지혜 상자>, <현대유럽의 사회와 문화>,<하인리히 뵐과 휴머니즘>을 저술한 저자이다.
책은 읽기 쉽게 편집되었으며,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각 장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요약, 인용해본다.
제1장 인간 유감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인류의 역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인정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유롭고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해 왔다. 그래서 헤겔은 ‘상호 인정’이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내가 인정받으려면, 남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민주주의도 모든 국민이 서로서로 인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타인도 자유롭고, 내가 존엄한 만큼 타인도 존엄하다. 그래서 인정 욕구는 우월 욕구가 아닌 대등 욕구여야 한다.”(책 22~23쪽)
제2장에서는 프레임, 편향, 콤플렉스, 메커니즘, 패러다임이란 5가지 틀을 통해 생각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다.
“시계 부품은 필요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자주 여기에 온다. 이 세상이 하나의 시계라면, 나도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높낮이는 서열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의 문제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인생은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작은 힘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큰일을 해낼 수 있다.”(책 70쪽)
제3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루는데, 선택과 책임, 공존과 동행을 이야기한다.
“떵떵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 비굴하지 않으면서 겸손한 사람, 빠르게 가기보다 바르게 가려고 애쓰는 사람,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사람,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뺄 줄 아는 사람, 소소한 행복을 신의 축복이라 여기며 날마다 감사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 112쪽)
제4장에서는 인생살이의 다양한 지혜를 소개한다.
“인생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다지선다형도 아니다. 인생은 주어진 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답을 적어 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답안을 적어내야 한다. 시험지의 답안처럼 잘못된 답을 지우기도, 고쳐쓰기도 어렵다. 인생의 답은 정답이 있지 않기에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인생의 답을 찾는 건 그만큼 난해해서 힘겹다. 아마도 우리 인생에 평생 배움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책 132쪽)
제5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책 153쪽,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 중에서)
제7장에서는 ‘다름’의 가치를 존중해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
“내 무대에서는 내가 주연이고, 다른 사람의 무대에서는 내가 조연이다. 그러니 인생 무대에서는 누구나 주연이고 조연인 셈이다. 중요한 건 무대의 막이 내려올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해내는 것이다.”(책 213쪽)
제8장 행복해지려면,
“서울 을지로에 있는 ‘만년필연구소’의 박종진 소장은 10년 넘게 토요일마다 손님들의 만년필을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고쳐준 만년필이 2만 자루가 넘는다고 한다.
한번은 머리가 하얗게 센 60대 신사가 몸통에 좁쌀만 한 구멍이 뚫린 ‘파카21’을 들고 오신 적이 있는데, 가품이었다. 파카21은 새 상품도 5만 원 정도면 삽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누님이 생전에 회사 장기자랑에서 타서 내게 선물한 만년필입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분에게는 짝퉁 만년필이 세상 어떤 만년필보다 소중했던 거죠, 꼭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진품을 구해 가품의 깨진 부위를 메꿨습니다.” (책 224쪽)
그렇다.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이는 내가 부모의 자식인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서 답을 찾으려 한다. 무리에서 벗어나기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하고 질문하여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인생은 각양각색이며 각자의 우주로 움직인다. 타인의 모범답안으로는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책의 가독성이 높다고 소홀히 읽지 않길 바란다. 저자의 글 역시 타인의 생각이기에, 곱씹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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