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The deep) - 세스 고딘(Seth godin) / 포기할 것을 포기하는 것은 통찰력과 용기의 상징이다.

매 해 10월이면 춘천에서 마라톤 경기가 열린다. 나는 10km 완주를 목표로 두 해 연속 마라톤에 참가하였다. 처음 2km 구간까지는 걷는 것처럼 사뿐히 뛰어갈 수 있는데 3km를 넘어서면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해진다. 5km 구간에 접어들면 “내가 이걸 왜 참가했나?”하는 백만 가지의 후회가 밀려온다. 오르막 코스에 다다르면 뜀걸음을 포기하고 걷기 시작한다. 후회와 걱정의 시간도 잠시 내리막 코스가 시작되고 다시 힘을 내어 달리기를 시작한다.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한 시간 반 안에 결승점에 도달하면 오늘도 해내었구나 하는 성취감에 모든 고통은 사그라든다.

 

오늘 소개할 세스 고딘의 <더딥(The deep)>은 ‘포기’를 주제로 한 100페이지 남짓의 짧은 책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딥(deep)이란 어떤 일의 시작과 그것에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을 말한다. 딥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겪어 내야 할 행정적인 절차들과 바쁜 업무의 조합이며, 스키 타기나 패션 디자인에서 쉬운 ‘초보적 기술’과 좀 더 쓸모 있는 ‘전문가적 기술’사이에 놓인 간극이다. 딥은 의미 있는 업적 달성으로 가는 머나먼 길이며 지루한 과정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당신이 목표한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최단 지름길이다.

 

이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에는 반드시 딥(deep)이 따르며 경쟁적 세상에서 그 역경이 어려울수록 경쟁자들을 멀리 떼어 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딥(deep)은 비범한 무언가를 창조해 낼 기회이다. 딥(deep)의 과정이 없는 평범함은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평범한 것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평범함은 맨 마지막에나 선택해야 할 저항이 최소화된 길이며 실패로 향하는 통로이다.

 

딥(deep)과는 다른 의미의 용어가 있는데 ‘막다른 길’을 뜻하는 컬드색(CUL-DE-SAC)이 그것이다. 컬드색은 나아질 가망성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진행 중인 일들을 중단해야 하는 지점을 뜻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포기해야 할 시점은 다음과 같다.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하고 있을 때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나머지를 정리하는 경우와 진행 중인 일이 더 이상 가망성이 없는 막다른 길(컬드색)로 판단될 때가 포기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가끔은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사실 자주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혹시 막다른 길을 걷고 있다면 반드시 포기하여야 한다. 낭떠러지를 향해 걷고 있다면 포기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끝에 주어지는 딥(deep)을 감내하고도 남을 만한 것이 아니라면 포기해야 한다. 좋은 프로젝트로 성공하고 싶다면 성과 없는 프로젝트는 포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에게는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만한 시간과 열정, 자원이 없다.

 

장기적인 전략의 포기가 아닌 먹히지 않는 단기 전술의 포기는 자주 있어야 한다. 막다른 길(컬드색)에서 하차하는 것을 도덕적 실패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현명한 처사요, 통찰력과 용기의 상징이다. 그리고 포기는 딥(deep)을 극복하는 데 쓸 에너지를 비축해 줄 것이다.

 

전략적 포기와 실패는 다른 개념이다. 전략적인 포기는 주어진 선택의 범위 내에서 내리는 의식적인 결정인데 반해 실패는 당신의 꿈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실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시간과 자원이 모두 고갈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더딥(The deep)>을 통해 성공에 필요조건을 알게 되었다. 성공이란 리마커블(remarkable) 한 일을 할 때다가온다.반드시 딥(deep)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성공은 포기해야 할 일을 포기할 때 얻게 되는 용기와 배짱의 대가이다.

 

성공을 향한 전략적 포기는 좀 더 가벼운 나를 만드는 길임을 반복해서 되뇌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