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상수는 서울 큰 회사의 부장이다.
이번 할아버지 기일에는 내려오라는 큰아버지의 부름으로 8년 만에 고향 제주도를 찾는다.
제사를 치른 후 가족 모두 큰집에 모였으나 먼 친적 분인 순이 삼촌을 볼 수 없었다.
순이 삼촌은 일년 가까이 서울 상수네 집에 올라와 가사를 돌봐 주며 고생하다가 불과 두달 전에 내려오신 분이라 상수는 삼촌의 빈자리가 궁금했다.
그런데 대화중, 삼촌이 일주도로 인근 후미지고 음팡진 밭에서 자살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당숙어른들의 대화를 통해 순이 삼촌의 과거(삼촌이 시체더미에 깔려 있다가 살아 나왔지만 두 자식을 잃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당시 마을 전체가 토벌대에 의해 겪었던 지옥 같은 상황(북촌 초등학교 학살사건 등)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 순이 삼촌은 여성분이다. 제주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 먼 친척 어른을 남녀 구분 없이 흔히 삼촌이라 불러 가까이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두 아이를 잃고도 울음이 나오지 않은 것은 공포로 완전히 오관이 봉쇄되어 버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 울음은 공포가 물러가는 며칠 후에야 둑이 떠지듯 밀려나올 것이었다."(p88)
순이 삼촌은 후미지고 음팡진 밭 시체더미에서 살아남았으나, 결국 그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느꼈을 자격지심, 경찰(권력)에 대한 트라우마, 자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글을 읽는 나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순이삼촌>을 읽고 난 후, 제주 4·3사건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당시 사건을 꼼꼼히 공부하게 되었다.
부패한 권력은 우리의 무지와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듯 하다.
우리는 편견없이, 용감하게, 사실을 사실대로 당시의 상황을 바라바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과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눈을 뜨고 참견하여야 한다.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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