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되던 해,
원주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몇 달간, 배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즐거움의 시작은 작은 책 한권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더욱 궁금함이 생기고 좀 더 알고 싶은 욕심은 또 다른 책을 보게 하고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저자는 “창조”라고 표현한다.)하고 싶은 욕망이 어느 그것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잠자리에 들때도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글로 정리하고 나니
세상이 내 발 아래 있는 듯 행복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은 옛 경험의 짜릿함을 되살려준 “전기충격기”같은 책이다. 히로나카는 배움의 길, 창조의 여행, 도전하는 정신, 자기발전이라는 4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본인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려는 창조의 과정은 끈기가 필요한 고된 여정이다. 그러나 사색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추상화된 생각들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하는 순간, 그 희열은 말로 형용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주장을 그저 배우고 익혀서 또 다른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
저자는 “창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욕망”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욕망은 외부적 기준에 맞추어진 ‘필요(need)'가 아니라 내면의 옹달샘에서 솟아오르는 ‘욕망(want)’이라는 것이다. 이런 욕망이 사그라들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려면 작은 것이라도 “성공경험”을 쌓아 올린 필요가 있고 여기에 내 주장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유연성과 끈기를 가진다면 비약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창조의 과정이 선순환을 이루어 계속 이루어지는 일.
이것이 “학문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십년전,
잠잠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던 오늘의 주제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심장을 뛰게 한다.
히로나카의 사인(sign)으로 짧은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소심심고(素心審考),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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