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외로움이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될 때 느껴지는 감정, 정도가 아닐까?
어떤 이는 외로움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지만 우리는 그 위중함을 간과한 체 마치 감기처럼 달고 사는 아주 흔한 감정이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는 외로움을 나르시시즘과 연계하여 설명한다. 저자가 분류한 대표적인 나르시시즘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유아 (원시적 나르시시즘)
갓난아이는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자아와 만물을 구별하지 않고 만물과 혼연일체라 인식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세계가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이후 원시적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 성립을 통해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성장한다.
나는 유능하다. (전능한 나르시시즘)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므로 너는 당연히 나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또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므로 너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전능한 나르시시즘은 완벽을 추구한다. ‘완벽함’의 추구는 ‘나의 기대’가 파괴되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그러기에 어떤 일이든 100%로 완벽하게 완성되기를 기대하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자기 기대의 파괴는 ‘나’의 죽음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도덕적 나르시시즘)
첫째,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고 믿으며 ‘이기심’과 같은 ‘나쁜’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투사한다. 둘째, 자신은 이기적이지 않다는 믿음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스스로 부여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여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셋째,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여기지 않으므로 발언권을 포함해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매우 강하게 주장한다. 넷째, 분명 이기적인 구석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확증으로 주변 사람들이 거북해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저자가 설명한 인간관계의 심리적 특성을 인용해 본다.
인간관계에서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과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할 공간과 면적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감정 소모가 발생하는 원인은 자신과 다른 견해와 부정적인 감정을 수용할 마음의 공간이 좁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약간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해 자신과 일치하도록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면 관계는 깨진다. (책 127쪽)
다른 사람의 비위를 습관적으로 맞춰주는 사람은 연약하고 힘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상대가 자신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보고도 내버려 둔 것이기에 경멸당할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절대 나약한 방식으로 잘 대해주지 마라. 존중과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멸시와 착시가 기다리고 있다. (책 154쪽)
쉽게 사과하고, 쉽게 자책하고, 쉽게 미안해하는 기능은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이 불만을 표출하는 공간을 봉쇄하여 진실되고 충만한 관계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된다. (책 156쪽)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면 관계의 유지가 기쁘지 않다.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거짓된 좋은 사람이나 연기된 모습이 아닌 진실한 감정이다. 예를 들어, 사랑과 미움, 분노와 기쁨,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걱정 없이 표현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 165쪽)
증오가 없는 사람처럼 위장하지 마라. 미움과 증오는 사랑만큼 중요하다. 증오를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깨닫지 못한다. 증오 표현은 너로 인해 내가 상처받았음을 알려준다. 만약 관계에서 사랑의 표현만 존재한다면 어떤 발언이나 행동이 용납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결과는 파국이다. (책 175쪽)
저자는 외로움이 나르시시즘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나’와 ‘너’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나’로 이루어진 1차원적 세계는 나의 상상과 만족으로 만들어진 동굴 같은 존재로 언제든지 나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이자 안식처이다. 그러나 ‘너’로 표현되는 2차원적 세계로 넘어가려면 수많은 ‘나’를 접해야 한다. 서로는 각자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설득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관계 맺음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처는 나르시시즘을 통해 확대되어 다시 ‘나’만의 세계, 동굴 속으로 우리를 숨게 한다. 고립된 자아는 현실 세계와의 ‘충돌’을 회피하며 자신이 만든 안식처에서 타인의 간섭없이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과 타인에게서 멀어진 나를 발견할 때 다시 외로워진다. 결국 자발적 고립이 사실과 진리의 참모습을 외면하고 자아를 봉쇄하여 상상의 세계에서 내적 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완벽주의, 이타적 모습으로 포장된 도덕적 행위, 스스로 전능함을 믿는 편향 등은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끝없는 노력이다. 인간이 ‘관계’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타인의 인정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나르시시즘은 반드시 인식하고 조절해야 할 욕구임을 깨닫는다.
외로움은 나 스스로가 만든 방어벽 때문이었다. 결국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소한 주제였다.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봐야겠다.
좋은 책이다. 많은 이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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