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오리지널2 이기주의 인문학 산책 - 이기주 / 사람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가끔 겨를이 생겨 마을 수변 길을 걷노라면 그동안 놓쳤던 꽃 무리, 수풀의 군락을 유심히 보게 된다. 외발로 서 있는 이름 모를 새며,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오리도, 이때는 그 깃털의 색깔까지 자세히 살피게 된다. 산책은 이러한 여유로움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단어이다. 바쁜 와중에는 산책을 즐길 틈이 없다. 망중한을 위한 의도적 여유로움이야 가능하겠지만 그것 역시 올곧이 생각의 고삐를 놓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참 오랜만에 넉넉한 시간이 생겨 인근 찻집에서 책 한 권을 펴게 됐다. 이기주 작가의 이 그 책이다. 서른 개에 달아는 주제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저자의 글은 각 주제 속으로 산책을 다녀온 듯 평온한 기분을 남긴다.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을 옮겨 본다. “나는 노숙자(homeless)일 뿐.. 2022. 5. 29.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 원태연 원태연시인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책상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참 좋다.’ 고상하고, 다정하며, 편안하다. 자기 자비(慈悲),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말이다. 자비란 보통 타인에게 베푸는 나의 자혜로운 행동이 아니던가? 작가는 이를 두고 하드코어 자기 반성문이라 표현한다. 작가의 자기 반성문은 어릴 적 거짓말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장래 희망이 ‘멋있는 남자’였던 그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는 살면서 참 많은 잘못을 했다. 귀를 열어야 할 때 입을 열었고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했고 훔쳐봤고 사용했다. 다정해야 할 때 나는 냉정했고 약속을 어긴 날에도 항상 숙면을 취했다. 사랑은 내가 필요한 만큼만 했고 이별은 항상 내가 먼저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2021. 4.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