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1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 오지랖 넓은 호구가 사무치게 그립거든, ‘오죽했으먼, 글겄냐!’, ‘아버지는 누가 등쳐먹는 호구가 아니라 자원한 호구였다.’, ‘사무치게 그립다.’ 위의 세 문장 중 앞의 두 문장은 주인공(아버지)의 것이며, 마지막 문장은 화자(딸)의 것이다. 이 세 개의 문장을 결합하면 인생이 된다. 우리의 아버지가 그랬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다. 이 세 문장은 소설이 내게 남겨준 과제였다. 이 문장 사이에 공간을 채워 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였다. ‘오죽했으면,’에는 결과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 이미 벌어진 일에 자기 위로를 함축한 이 표현은 뒤에 올 문장이 부정적일수록 그 의미를 더한다. 정확히 말하면, 발생한 결과가 직접 체험한 내용일 때, 그 고통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경험의 언어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이란 표현은 아버지의.. 2022. 11.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