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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2

하얼빈 - 김훈 / 세상에 맨몸으로 맞선 청년들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투신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흩어진 글감을 모아 보지만 마음속 감정의 충돌로 오랜 시간을 빈 화면과 씨름하고 있다. 며칠 전 어느 당 국회의원의 발언을 접하고, 들고 있던 밥숟가락을 던질뻔했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역류하는 위산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 위인의 망언을 두둔하는 특정 언론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가지고 배운 자들이 답습하였던 식민 사관은 해묵은 무좀균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번식하고 있다. 가진 자들은 부의 원천이 가지지 못한 자로부터임을 인정하지 못하며 배운 자들은 그 깊이가 미천하여 현상을 바르게 보지 못한다.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우리의 선조는 목숨을 바쳤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2022. 10. 23.
칼의 노래 - 김훈 /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소설의 주인공 ‘나’의 칼에 새겨진 검명(劍名)이다. 무릇 장수는 나름의 뜻을 품고 전쟁에 나서는데, 그 대의가 공명(功名), 구민(救民), 복수(復讐) 등 그 향함이 각색이다. 오늘의 책 에는 ‘칼로 벨 수 없는 적’까지 섬멸하고픈 무장의 한(恨)이 서려져 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의 병술로 왜선을 함몰시키고, 울돌목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배를 수장시킨 ‘나’는 언제나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고심한다. 그러나 그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나’에 대한 원균의 시기(猜忌)는 개인적 몰락뿐만이 아니라 칠천량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가져왔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내륙의 전라와 충청까지 내어주고 말았.. 2022.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