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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3

호미 - 박완서 / 봄이 왔다. 일요일 점심, 장모님께서 배달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봄 쑥과 돌나물을 수북이 담아 오셨다. 예전 같으면 ‘감사합니다!’하고 냉장고로 직행했을 재료들을 오늘은 바로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봄 향기 가득한 쑥국을 끓였고, 초장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돌나물을 무쳐 흰 쌀밥과 함께 최상의 궁합을 이룬 호강을 누렸다. 어릴 적, 쑥이며 냉이, 뭐 이런 봄나물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언제든 캐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었다. 간혹 많은 양이 필요할 때면 허리춤에 호미를 쑤셔 넣고 낡은 포대와 함께 할머니를 따라 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다. 봄, 흙, 꽃, 나무, 할머니,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박완서 작가의 가 생각난다. 는 산문집이다. 작품은 ‘글’임에도 ‘말’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단어를 사용함.. 2022. 4. 10.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스승은 나침반과 같아서 방향을 잃고 헤맬 때 옳은 길을 제시하며 또한 이정표와 같아서 돌아갈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긴다. 스승은 버팀목과 같아서 내가 좌절할 때 그 존재만으로도 다시 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운다. 그래서 그들의 은혜는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가 보다. 나에게도 이런 스승이 있다. 소년 시절부터 날 믿고 끝없이 응원해준 부모 같은 선생님과 무한한 호기심에 사숙(私淑)의 대상이 된 이어령 선생님이다. 금주에 읽게 된 책, 은 저자 김지수 님과 이어령 선생님의 인터뷰를 담은 이야기이다. 마치 을 연상케 하는 책으로 암으로 투병하시면서도 남겨진 세대에게 전할 유물 같은 메시지를 저자의 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어제, 선생님의 영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2022. 2. 27.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 지키자, 소중함이 우리를 떠나기 전에 항상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들.공기, 눈꺼풀, 손과 발, 친구, 늙으신 부모님,,,​물질만능주의!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얼마나 될까?그 무엇보다 돈을 사랑하면서 돈의 값어치를 폄하하는 위선적 태도는 무엇일까?​이 두가지의 조화를 위해 내 삶의 대쟁투는 오늘도 계속된다. "기나긴 여행을 끝내고 어느 항구에 도착한 슐레밀은 지인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부유한 토마스 욘씨를 찾아간다. 욘씨 집에서 슐레밀은 시중드는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손님들의 소망에 따라 그 남자가 온갖 물건(망원경, 양탄자, 천막, 세 마리 말 등)을 안주머니에서 꺼내는 신기한 광경을 그는 목격하게 된다. 황당한 마음에서 슐레밀은 욘씨 집에서 서둘러 나오고, 그 때 뒤따라온 회색 옷 입은 남.. 2020.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