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 봄이 왔다.
일요일 점심, 장모님께서 배달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봄 쑥과 돌나물을 수북이 담아 오셨다. 예전 같으면 ‘감사합니다!’하고 냉장고로 직행했을 재료들을 오늘은 바로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봄 향기 가득한 쑥국을 끓였고, 초장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돌나물을 무쳐 흰 쌀밥과 함께 최상의 궁합을 이룬 호강을 누렸다. 어릴 적, 쑥이며 냉이, 뭐 이런 봄나물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언제든 캐 먹을 수 있는 흔한 것이었다. 간혹 많은 양이 필요할 때면 허리춤에 호미를 쑤셔 넣고 낡은 포대와 함께 할머니를 따라 나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다. 봄, 흙, 꽃, 나무, 할머니, 이런 단어를 떠올리면, 박완서 작가의 가 생각난다. 는 산문집이다. 작품은 ‘글’임에도 ‘말’처럼 다가온다. 현대의 단어를 사용함..
2022. 4. 10.